
1962년 '킹콩 대 고지라' 이후 59년 만에 두 전설적인 괴수가 다시 맞붙었습니다. 몬스터버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자 첫 크로스오버인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고질라와 킹콩의 대결이 주된 볼거리입니다. 개인적으로 괴수 영화를 좋아하는 저에게 이 작품은 '뇌를 빼고 즐기기' 딱 좋은, 순수한 오락 영화로서 최고의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괴수들의 전투 장면입니다. 바다에서 펼쳐지는 첫 대결은 수직적 구도를 강조하며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주고, 홍콩을 무대로 한 두 번째 전투는 두 괴수의 각기 다른 장점을 극대화한 액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고질라의 방사열선과 콩의 민첩한 격투 기술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괴수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환호할 만한 장면들로 가득합니다.
특히 콩이 도끼 자루를 고질라의 입에 쑤셔 넣는 장면은 1962년 원작의 나무를 입에 쑤셔 넣던 명장면을 오마주한 것으로, 팬 서비스가 제대로 살아있습니다. 또한 메카 고질라의 등장은 후반부를 더욱 박진감 넘치게 만들어주며, 괴수물의 본연에 충실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지구 내부의 또 다른 세계인 '할로우 어스'의 구현은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입니다. 중력이 뒤집힌 신비로운 공간, 다양한 생태계와 괴수들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영상미는 대형 스크린에서 봐야만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콩이 자신의 조상들이 살던 터전을 발견하는 장면은 시각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인상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여전히 부실한 인간 캐릭터의 이야기입니다. 개연성 없는 전개와 급하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인간들의 서사는 괴수들이 싸울 무대를 만들어주는 장치에 불과하며, 캐릭터들의 행동은 우연에 크게 의존합니다.
다만 감독은 이 점을 의식한 듯, 전작들에 비해 인간 파트의 분량을 과감하게 줄이고 괴수들의 액션에 집중했습니다. 덕분에 괴수들의 전투를 끊김 없이 즐길 수 있었고, 이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콩과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소녀 '지아'의 존재는 그나마 감정선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완성도 면에서는 피터 잭슨의 '킹콩'이나 2014년 '고질라'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의 깊이나 메시지 전달 면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괴수 대 괴수'라는 본연의 재미에 있어서만큼은 이 영화가 21세기 괴수 영화 중 독보적이라는 평가에 저도 동의합니다.
약 113분의 짧은 러닝타임은 군더더기 없이 영화를 진행시키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괴수물 특유의 무게감 있는 액션과 시원한 사운드는 극장에서 경험해야만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도시가 초토화되고 건물들이 무너지는 장면들은 입을 벌어지게 만들 정도로 스케일이 압도적입니다.

결론적으로 '고질라 VS 킹콩'은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스토리와 인간 캐릭터의 개연성은 여전히 아쉽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괴수들의 대결을 보러 극장을 찾는다면,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영화를 찾기는 힘들 것입니다.
특히 괴수물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이 영화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입니다. 고질라의 방사열선이 홍콩을 관통하는 장면, 콩이 도끼를 휘두르며 고질라와 맞서는 장면, 그리고 두 괴수가 힘을 합쳐 메카 고질라와 싸우는 장면까지. 모든 순간이 괴수 팬의 심장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무거운 주제나 복잡한 서사를 기대하지 않고, 순수하게 대형 괴수들의 박력 있는 싸움을 즐기고 싶다면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대형 스크린과 좋은 음향 시스템을 갖춘 극장에서 보신다면, 그 경험은 배가될 것입니다. 괴수 영화의 본질적인 재미에 충실한 이 작품은, 몬스터버스 시리즈 중 가장 오락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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